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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꺼내주고 조명조절까지 ‘도서관 전체 로봇’ 되다
- 등록일 : 23-03-15
- 조회수 : 3461
협업하며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도서관 시스템 ‘콜래봇’
수년간 호흡 곽소나·강다현 박사 개발, 종이에서 시작된 연구 ‘공간’으로
“도서관 넘어 집, 병원 등 확장할 것”
KIST 로봇연구자가 모두 모여 있는 국제협력관에 최근 작은 도서관이 설치됐다. 이곳은 단순히 책을 보는 도서관과는 다르다. 원하는 책을 휴대폰으로 클릭하면 책장이 움직이고, 책이 많아 손이 모자라면 로봇이 움직여 이동을 돕는다. 책읽기 적합한 밝기로 조명이 조절되기도 하고,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책이 꽂혀있으면 로봇이 자동인식해 발판이 되어 도움을 준다.
마법이 현실이 된듯한 이곳은 다수의 로봇들이 협업해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도서관이다. 일명 로보틱 도서관 시스템 '콜래봇(CollaBot)'이다. 이 도서관은 전체가 소셜로봇이다. 사용자의 마음을 읽어 도움을 주는 도서관의 비결은 로봇과 AI시스템의 콜라보에 숨어있다.
<콜래봇 기술과 서비스 예시> 도서관 입구에 부착된 초음파센서가 사용자의 키 인식, 책장과 의자로봇에 정보 전달->사용자가 휴대폰으로 어플을 켜고 원하는 도서를 검색하면 연결된 로보틱 책장이 움직이며 도서가 꽂힌 위치를 돌출-> 책 위치가 사용자 키와 맞지 않을 경우 의자로봇이 사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 스스로 사용자에게 다가감->사용자가 많은 책을 원하는 경우 의자로봇이 카트역할을 위해 스스로 이동->조명이 어두운 경우 사용자가 책 읽기 적당한 밝기로 스스로 조절. |
마법 같은 공간을 만든 주인공은 KIST 지능로봇연구단 곽소나·강다현 박사다. 두 사람은 로봇 상호작용 디자이너로 인간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구현하는 공학자가 아닌, 로봇과 인간이 상호작용하도록 디자인하고 있다.
수년간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이 연구한 콜래봇의 우수성을 먼저 알아본 건 해외다. 콜래봇은 2022년 12월 13일부터 16일까지 이탈리아 피렌체 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국제 소셜로봇 학술대회 일환으로 열린 로봇디자인대회에서 '하드웨어, 디자인 인터페이스'부문 최고상의 영예를 안았다.
KIST는 최근 다수의 로봇이 협업해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도서관 ‘콜래봇’을 개발했다.
휴머노이드 연구 50년, 상용화 한계 뛰어넘는 연구가 시작이었죠
"인류는 오랫동안 로봇을 연구했습니다. 하지만 기존 휴머노이드는 실용화 벽을 넘지 못하고 연구에 그치거나 일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머물렀죠. '이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을까' 그 고민이 우리 연구의 출발점이 됐습니다."(곽소나 박사)
올해는 인류가 두발로 걷는 최초의 휴머노이드를 개발한지 50년이 되는 해다. 일본의 와세다대학교 가토 이치로 교수팀이 두발로 걷는 최초의 휴머노이드를 선보였고 이후 로봇선진국에서 다양한 휴머노이드를 꾸준히 연구 개발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실생활 서비스 휴머노이드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인간이 처한 상황을 인식해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휴머노이드의 목표지만 실용화 벽을 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휴머노이드 관련 기술들은 산업전반에 확대돼 사용되고 있지만, 휴머노이드 자체를 활용한 서비스는 성공하지 못하고 대부분 연구에 그치거나 일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머물러있다.
사람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외형이 미치는 영향도 크다는 것이 곽 박사 설명이다. 곽 박사는 "사람들은 제품의 외형을 보고 어떤 서비스를 할 수 있을지 예측하고 기대한다. 휴머노이드의 경우 사람처럼 생겼으니 걷고 말하며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소비자는 휴머노이드를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기존 제품군에 범주화하는 데에 어려움을 가져 제품 수용으로 이어지는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곽소나 박사팀은 사람의 기대치를 낮춰 '각 제품에 기존 로봇기술을 분산시켜 입히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의자나 책상, 티슈케이스 등 제품에 로봇화를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곽 박사는 분산시킨 로봇들이 협업하는 시스템을 더했다.
곽 박사는 "우리가 밥을 먹을 때 손을 쓰기도 하지만 입도 마중을 나간다. 사람의 몸이 협업하듯 제품들도 협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며 "각각 정보들이 많아지면서 맥락을 파악하는 인식기술로 확대해 멀티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두 연구자의 첫 협업은 2014년 종이접기 방식과 로봇기술을 접목한 '종이봇'개발이다. 종이접기에 온도나 정전기센서를 연결해 모터가 움직이는 모듈화된 키트를 개발했다. 악어와 같은 동물부터 모자 등 소품까지 접은 종이가 움직이거나 노래가 나오도록 디자인했다.
콜래봇은 도서관 모습을 하고 있지만 다양한 협업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로봇의자에서 책을 읽고 있다가 하품을 하면, 이 소리를 인식해 여러 대의 의자가 결합하여 침대가 되는 등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한 맞춤형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테이블 위에 주전자와 찻잔, 사무용품들을 대상으로 사용자 의도파악 서비스도 가능하다.
강다현 박사는 "우리의 목표는 도서관만은 아니다. 모든 제품을 로봇화 시킬 수 있는 만큼 집이나 병원 등 다양한 곳에 적용하도록 로봇을 디자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이봇에서 시작해 공간으로 확장 연구 "기술고도화로 더 다양한 서비스 구현"
두 연구자의 첫 협업은 2014년 종이접기 방식과 로봇기술을 접목한 '종이봇'개발이다. 종이접기에 온도나 정전기센서를 연결해 모터가 움직이는 모듈화된 키트를 개발했다. 악어와 같은 동물부터 모자 등 소품까지 접은 종이가 움직이거나 노래가 나오도록 디자인했다.
두 연구자는 종이접기를 로봇화한 개념이 확장돼 대규모의 가구를 로봇화한 연구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또 각 사물의 상호작용 디자인에서 다수의 사물 간 협업 기반 상호작용으로 연구를 확장했다. 이 연구는 KIST의 다양한 로봇연구진 덕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곽 박사는 "로봇 상호작용을 디자인하다보니 큰 모터를 사용해 제품을 로봇화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KIST에서 본격 연구를 시작하면서는 엔지니어분들의 도움을 받아 큰 모터로 가구를 로봇화하는 등 기존 연구를 확장할 수 있게 됐다"며 "종이접기를 시작으로 꿈에 그리던 공간을 만든 만큼 콜래봇은 특별한 장소"라고 설명했다.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도서관 시스템 ‘콜래봇’
앞으로도 두 연구자는 콜래봇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강 박사는 "사용자 인원수를 인식해 회의를 위한 책상과 의자를 이동시키거나 사용자가 처해있는 상황에 맞는 가구배치 등 구현하고 싶은 것이 많다.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꾸준히 누적해 필요한 서비스를 적절하게 해줄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하고 싶다"며 "이런 서비스가 실제 인간의 삶에 어떤 변화를 주게 될지 보는 것 또한 우리 과제"라고 말했다.
곽 박사는 "제일 많이 상용화되어 수익을 낸 로봇은 자동문이다. 기존 제품을 약간 로봇화한것도 모두 로봇화오브젝트라고 생각한다"며 "휴머노이드는 고장 나면 서비스가 어렵지만 자동문이나 에스컬레이터는 고장 나도 문, 계단처럼 쓸 수 있다. 제품이 로봇화되면 풍성한 서비스를 줄 수 있지만 고장 나더라도 쓸 수 있는, 소비자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면서 연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