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제26대 원장 취임사
- 등록일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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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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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KIST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제26대 KIST 원장의 중책을 맡아 취임의 인사 말씀을 올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먼저 저를 성원해 주신 우리 KIST 가족 여러분, 그리고 저에게 막중한 소임을 맡겨주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김복철 이사장님을 비롯한 이사진 여러분, 그리고, 귀한 시간을 내어 참석해 주신 외빈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헌신적 노력으로 저희 후배들에게 자랑스러운 KIST를 물려주신 동문 선배님들, 그리고 전임 원장님들께도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랑하는 KIST 가족 여러분,
저는 지금 여러분들과 함께 새로 거듭나는 KIST를 만들어 갈 생각에, 가슴 벅찬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국가와 국민들께서 기대하시는 KIST가 어떤 모습인지를 잘 알기에 엄중한 책임감과 두려움도 함께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의 압축·고도 성장의 역사에서 KIST는 명실상부한 주춧돌이었습니다. KIST 설립은 과학기술 입국을 향한 힘찬 첫걸음이었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습니다. KIST의 자랑스러운 역사는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뜨거운 자긍심과 자부심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과학기술은 변혁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추격과 추월을 넘어, 초격차를 외치던 대한민국 주력산업의 경쟁력에 비상등이 켜지고, 글로벌 선도기업과의 격차는 다시금 벌어지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을 둘러싼 경쟁은 이제 경제를 넘어, 국가의 패권과 안보의 개념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 과학기술계에서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연구개발 투자 대비 저성과를 빗댄 ‘코리아 R&D 패러독스’와 올해 진행된 초유의 ‘R&D 구조조정’ 등은 혁신전략의 근원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또 다른 표현일 것입니다.
따라서 2024년 올 한 해는 우리나라 과학기술계가 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여 미래를 위해 한 차원 높은 곳으로 도약하는 해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선도적 역할을 대한민국 과학기술계를 대표하는 우리 KIST가 맡아야겠습니다. 어려운 시절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던 과거의 영화는 뒤로 하고, 이제 우리 앞에 펼쳐진 이 치열한 경쟁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냉철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갈 ‘KIST의 변화와 혁신’이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이정표를 다시 제시할 수 있다고 확신하면서, 제가 갖고 있는 경영혁신과 운영방안에 대한 소견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급격히 변화하는 국내외 환경과 흐름 속에서 우리 KIST가 해야 할 새로운 역할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그에 따른 새로운 비전을 수립하겠습니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고 KIST 구성원의 자긍심을 모두 아우르는 ‘가슴 설레는 비전’을 세우고 그 비전을 향한 우리의 잃어버린 연구의 본능, 잠들어 있는 연구의 야성을 다시 깨워내도록 하겠습니다. 외부로부터 주어진 목표를 보고서나 논문, 특허로 무난히 끝내는 길들여진 연구로는 치열한 글로벌 혁신경쟁의 주인공이 될 수 없습니다. 성공 가능한 적당한 목표를 우리끼리 정한 지표로 달성하는 것은 ‘그들만의 리그’로 국민에게 비추어질 뿐입니다. 최초의 질문과 최고의 난제를 최선의 해법으로 끝끝내 풀어내고야 마는, 집요함과 치열한 열정이 우리가 본래 가지고 있던 연구의 본능이고 야성입니다.
둘째, 우리 KIST가 명실공히 선도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일류 연구문화와 최상의 연구지원체계를 갖추도록 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연구의 본질은 도전과 창의의 여정입니다. 비록 결과가 목표에 이르지 못해도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는 목표 못지않게 귀중한 자산입니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연구에 있어서 성공, 실패라는 이분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는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일 뿐 실패라고 할 수 없습니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연구’, ‘해야만 하는 연구’를 마음껏 추구할 수 있도록, 도전 의식과 창의적 발상이 존중되는 일류 연구문화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연구와 연구지원체계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습니다. 각자의 바퀴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낼 때 수레는 힘차게 앞으로 굴러갑니다. 최고의 연구 성과는 최상의 연구지원체계가 있을 때 창출될 수 있습니다. KIST가 글로벌 일류 연구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연구그룹과 연구지원그룹이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하고, 이를 위한 합리적이고 유연한 제도적 기반을 확립해 나가겠습니다.
셋째, 지금까지의 원천기술이나 선도기술 개발을 넘어서, 국가와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임무 중심’으로 연구의 목표를 전환하고 확장하겠습니다. KIST는 그동안 뇌과학, 미래농업, AI 로봇, 양자컴퓨팅 등 다가올 미래 이슈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통한 경제성장을 넘어, 탄소중립이나 고령화 등 국가와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이 강력하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잘해온 연구과 정체성에 더해 국가·사회적 임무를 해결하기 위한 역할로 외연을 확장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의 연구수행방식이 과연 이러한 임무 달성에 적합한지 한번 진지하게 성찰해 봐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문제 설정부터 임무 달성까지를 총괄하는 PM제도를 도입하고, 개인의 창의연구와 기관의 전략연구가 서로 조화를 이루고 시너지를 창출하는 선순환형 연구시스템을 만들고자 합니다. 또한 연구부서간 벽을 허물고 나아가 타 출연연과도 협의하고 협력하는 융합형 연구환경을 구축하겠습니다. 개방형 혁신을 통해 국가적 임무를 달성해 나갈 때 대학이나 기업의 연구와도 차별화될 수 있고 국민의 눈높이에도 걸맞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넷째, 우리 KIST가 글로벌 스탠다드를 제시하는 일류 기관으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도록 연구와 경영 전반의 글로벌화를 추진하겠습니다. 글로벌 혁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과학기술 자원과 역량을 글로벌 관점에서 활용해야 합니다. KIST는 설립 당시 미국 바텔연구소의 운영모델을 이식해, 당시로는 파격적인 글로벌 스탠다드의 시각으로 선진기관과 협력하고, 앞선 기술을 배우고 익혀나갔습니다. 해외에서 모셔 온 선배 과학자분들의 뜨거운 애국심이 선진국과의 격차를 메꿀 수 있는 원료가 되었고, 오늘날 KIST 연구의 기틀을 다져 주셨습니다. 우리가 그간 축적해온 훌륭한 제도와 인프라, 그리고 문화를 지구촌에 널리 전파하고, 나아가 세계의 우수한 인재가 이 곳 홍릉과 강릉, 그리고 전북에 모여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도록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연구성과가 국가와 산업계에서 더욱 귀중하고 가치 있게 활용될 수 있도록 개방하고 공유하는 문화를 조성하고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도록 하겠습니다. 세계적 반도체 기업인 TSMC는 대만 정부의 지원 아래 출연연의 연구소기업으로 시작했습니다. 글로벌 혁신을 주도하는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도 국가 R&D 프로그램을 통해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미래의 산업 지평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수소, 이차전지, AI·로봇, 양자컴퓨팅, 첨단신약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KIST는 훌륭한 연구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연구와 창업은 이제 그렇게 동떨어진 영역이 아닙니다. KIST는 그 어느 곳보다 혁신적 창업에 적합한 인프라를 갖고 있으며, 그리고 누구보다 경쟁력 있는 바로 연구원, 여러분들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진취적인 열정과 창의성이 기업가 정신으로 꽃피고, 그 결실이 대한민국의 발전과 번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함께 더불어 도전해 나가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들께 말씀드린 이 다섯 가지 방향은 시작점에 불과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내용들이 경영계획으로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여러분들의 소중하고 기탄없는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하면서 다듬어 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우리 KIST 가족 여러분,
The First와 The Best를 추구하는 KIST人의 정신과 유산을 보유한 여러분들이 계시기에 앞으로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갈 우리의 여정은 밝은 희망으로 가득하리라 확신합니다. ‘대한민국 과학입국의 산실 KIST’의 새로운 도약을 함께 이루어 나갑시다.
바쁘신 가운데도 자리를 빛내주신 전임 원장님, 동문 선배님, 그리고 모든 KIST 가족 여러분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까지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 오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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