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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부터 연구개발 ‘탄소중립사회’ KIST 기술 빛본다
- 등록일 : 21-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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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e-케미컬’
친환경 에너지 ‘수소’ 생산→저장→활용 전주기 연구 ‘청정신기술연구소’
매년 온도상승 ‘지구 살릴 마지막 기회’···과학기술로 대응
기상청이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온실가스를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계속 배출할 경우 2040년까지 기온이 1.8도 오르고 2100년에는 7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은 인류를 위협한다. 온난화가 가속되면 아마존 우림지대가 파괴돼 사막화되고 지구상 동식물 30%가 멸종할지도 모른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 저지대는 물에 잠기고 사막은 넓어져 사람이 살 수 있는 곳도 줄어든다. 많은 전문가는 앞으로 10~20년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세계는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협정, 2019년 UN 기후정상회의 등 기후목표 상향동맹에 가입했다.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도 '2050 탄소 중립 비전'을 선언하며 온실가스 배출감축을 위해 능동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탄소 중립'은 화석연료 사용 등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최대한 줄이고 불가피하게 배출된 온실가스는 산림·습지 등을 통해 흡수 또는 제거해 실질적 탄소 배출이 '0'이 되도록 하는 것으로 첨단 과학기술이 중요하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는 저탄소 사회를 선도하기 위한 그린에너지 연구를 선제적으로 추진해왔다. 문재인 정부가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기 전에 '청정신기술연구소' 조직을 만들었고, 물과 태양에너지, 이산화탄소 등으로 화학제품을 만드는 E-케미컬은 국내에서 KIST가 가장 먼저 관심을 갖고 연구개발을 추진 중인 분야다. 이 외에도 KIST는 태양광 활용 수소발생장치 개발, 수소 전주기 및 배터리연구 등에서 독보적인 연구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e-케미컬, 태양에너지, 이산화탄소 등으로 고부가가치 생산
우리가 자주 쓰는 페트병, 기저귀, 페인트, 전자제품, 건축재, 비료 등의 화학제품 생산은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예로 페트병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석탄 가스화→에틸렌옥사이드(ethylene oxide)→에틸렌글리콜(ethylene glycol)이라는 화학원료 생산 과정을 거치는데,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열 화학반응을 시키다 보니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비료도 마찬가지다. 질소비료 합성의 핵심인 암모니아 대량 제조에 500℃의 온도와 300bar에 해당하는 압력을 가하기 위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화석연료 대신 태양에너지와 공기, 물, 질소, 이산화탄소 등으로 화학제품과 원료를 대량으로 만드는 e-케미컬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e는 전자(일렉트론, electron)의 약자로 KIST 연구진이 직접 이름을 붙였다.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가 관련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본부장인 민병권 KIST 박사는 e-케미컬 기술 연구 총 책임자다.
KIST 연구진들은 과거 10여년간 인공광합성 디바이스 기술을 통해 e-케미컬 가능성을 계속 연구해왔다. 화석연료를 통한 열에너지가 아닌 자연에 풍부한 에너지와 재료를 이용해 전기화학반응을 일으켜 재생에너지 100%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생산하는 것이 e-케미컬의 큰 그림이다. 고부가가치 화합물인 ▲일산화탄소 ▲에틸렌 ▲알코올과 같은 화학 원료도 얻을 수 있다.
현재 KIST는 e-케미컬 생산을 위한 촉매개발과 시스템 개발 등을 통해 e-케미컬 실용화에 한걸음 다가간 상태다. 민 본부장은 "특히 일산화탄소의 경우 현재 우리 고유의 기술을 기반으로 실증연구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산화탄소로 페트병 재료 만들다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는 지난 2019년, 이산화탄소 환원 화학원료생산 반응과 함께 바이오매스 산화반응 이용하여 페트병 원료인 PET를 대체할 수 있는 유기화합물 동시생산공정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화석연료를 이용한 화합물 생산공정 보다 가격 경쟁력이 부족했던 e-케미컬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았다.
KIST에 따르면 기존의 e-케미컬은 물과 이산화탄소를 투입해 화학연료를 생산하는데 그 부산물로 산소가 생성된다. 산소는 경제적 가치가 없어 다른 곳에 사용하지 못하고 폐기하는 실정이었다.
KIST 연구진은 산화반응에서도 산소가 아닌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물 대신 필요한 유기화합물을 찾기 시작했다. AI(인공지능)기술과 자동공정설계기술을 통해 가능성 있는 유기화합물 후보군을 추려 산소 대신 PET를 대체할 수 있는 FDCA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양반응 동시생산공정을 개발하는데 성공하였다. 또한 연구팀은 이산화탄소 환원 화합물 생산 반응의 커플반응으로 산소발생 반응보다는 유기산화반응을 선택하는 것이 e-케미컬 공정의 경제성 확보에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e-케미컬 연구를 실험실 수준에서 산업계로 옮기기 위해 풀어야할 숙제가 경제성이다. 연구팀에 개발한 자동공정 설계기술은 기존보다 더 낮은 전기에너지로도 구현할 수 있어 경제성을 확보했다. 연구팀은 KIST 내부 플랜트 구축을 바탕으로 꾸준히 스케일업하며 궁극적인 목표인 상용화에 다가가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전기선 없이 고압 수소를? 크기 확 줄여 도서 산간 어디서든 수소 충전
최근 연구본부는 '무전력 자기구동 태양광 수소발생저장장치' 연구도 집중하고 있다. 이동이 간편하도록 모듈화된 고효율, 고내구성 일체형 태양광 수소 생산시스템으로 어디든 설치해 수소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연구가 가능한 이유는 수소는 물을 원료로 제조할 수 있고 사용 후 물로 재순환되기 때문이다. 연구를 주도하는 이웅 박사는 "수조에 미리 저장된 물이 중력에 의해 아래로 흘러 반응기로 들어가면 수소와 산소가 생산된다. 생산된 수소는 부력으로 위로 흘러 탱크에 저장돼 에너지가 거의 필요하지 않다. 일부 필요한 에너지는 태양광을 쓰기 때문에 따로 전력장치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여기서 핵심기술은 생산된 수소를 고압으로 저장한다는 것이다. 가정이나 수소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수소는 고압으로 저장하고 충전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 수소생산장치는 수소를 생산한 후 전기 압축기로 압력을 높여 저장하는데, KIST는 전기 압축기 없이도 자체적으로 고압 충전이 가능해 에너지효율과 탄소 제로를 실현했다.
또 수소 저장이 장시간 가능하며, 귀금속 촉매 사용도 기존 대비 3분의 1로 줄였다. 펌프나 대규모 장치 등을 쓰지 않아도 돼 생산단가를 절반 이상으로 줄여 시장성도 확보했다.
KIST가 개발한 장치는 수소 자전거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수소를 포집하고 압축할 수있다. 크기도 작아 도서 산간, 관광지 곳곳에 충전소로 활용하거나 더 나아가 드론, 자동차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산화탄소로 포름산까지 '카본 투 엑스 사업단'
연구본부는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추진하는 '카본 투 엑스(Carbon to X) 기술개발사업단' 유치에 성공하였다. KIST 정광덕 박사가 단장을 맡고 있다.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하여 발전·수송용 연료, 화학제품 등을 생산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연구가 목표다. 현재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포름산, 생분해 고분자,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사업단은 이산화탄소로부터 포름산을 제조하는 촉매 소재와 공정 개발에 성공해 기업에 기술이전했다. 이산화탄소 등으로 포름산을 제조한 세계 첫 공정이다. 포름산은 개미나 벌 등 체내에 있는 지방산의 한 종류로 각종 유기 약품의 원료나 가죽의 무두질에 쓰인다. 포름산은 우리나라에서 생산이 어려워 대부분 수입하는 실정이다. 연료전지, 소형항공기 구동의 연료로 사용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어 향후 수요가 더 늘 것으로 예상한다.
환경친화적이고 재생가능한 미래형 에너지로의 전환은 우리나라의 국가차원의 과제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 아젠다이기도 하다. 청정신기술연구소는 에너지 전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오래전부터 수소에너지, 차세대 이차전지 등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미래원천기술 개발에 힘쏟아왔다. 연구소는 ▲수소·연료전지연구단 ▲에너지소재연구단 ▲에너지저장연구단으로 구성돼 수소 생산, 수소 저장, 수소 활용 등 수소 전주기 기술을 모두 아우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기차,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에 활용될 수 있는 차세대 이차전지도 개발하고 있어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핵심기술의 개발을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수소 전주기 기술과 이차전지 기술을 하나의 조직에서 유기적/융합적으로 연구·개발하는 곳은 국내에서 KIST가 유일하다.
1987년 설립, 수소 경제 주도한다 '수소‧연료전지연구단'
'수소‧연료전지연구단'은 수소 경제의 핵심인 전주기 수소 분야의 원천기술을 집중·연구한다. 말 그대로 수소를 생산하고 화학적으로 저장·운송하고 이를 연료로 이용해 전기에너지를 발생하는 수소연료전지까지 전주기 수소 기술을 연구·개발한다. 연구단에는 21명의 연구원이 소속돼있다. 지구 온난화가 크게 이슈되기 전인 1987년 5월 설립돼 촉매, 고분자막 등 수소·연료전지의 핵심 소재뿐만 아니라 막-전극접합체(MEA), 셀스택, 반응기 등의 고성능 부품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연구단 주요 미션은 그린수소생산(수전해), 화학적 수소 저장, 수소활용(연료전지)분야다. '그린수소생산(수전해)'분야에서는 다양한 수전해 기술 중 부하변동특성이 뛰어난 PEM수전해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수전해의 저가격/고성능화를 위해 고내구성 타이타늄 단원자 촉매, 나노 3차원 전극 등 다양한 귀금속 저감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안전성 증대를 위한 수소 차단 소재 등도 개발한다. 이와 함께 강한 염기 조건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하는 신규 고분자 재료를 합성해 기존 알카라인 수전해의 단점을 완전히 해결하여 대량의 수소를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는 수전해 기술 등 차세대 수전해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화학적 수소저장'기술의 경우, 화학반응을 통해 다양한 유·무기화합물 내 수소를 저장하고 필요시 이들 화합물에 저장된 수소를 재방출하기 위한 고효율 촉매와 반응기 모듈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액상유기수소운반체(LOHC) 및 암모니아(NH3)를 이용한 수소저장/방출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연구 관계자는 "대용량의 CO2-free 수소를 안전하게 장거리 운송할 수 있는 유망기술 중 하나인 화학적 수소저장에 대한 핵심기술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상용화를 조기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료전지'기술은 수소를 연료로 전기를 발생하여 활용하는 수소활용 기술이다. 수소·연료전지연구단은 수소차 등 모비리티용으로 주로 개발되고 있는 PEM연료전지에 집중하고 있으며, 특히 고가의 백금 촉매를 대체하여 가격을 낮추는 연구와 고분자 전해질막 등 소재개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현재 전해질막으로 사용되는 나피온(Nafion)과 같은 불소 고분자는 생산이 어렵고 제조 단계도 복잡하며 친환경적이지 못기 때문에 이를 대체하기 위해 저가 고성능의 전해질 소재를 합성하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한종희 소장은 "이러한 연구역량을 기반으로 수전해와 연료전지 교차 운전이 가능한 일체형 연료전지 고성능화 기술 (고투과성 복합형 전극), 전기화학적 암모니아 합성 기술 (자연계 질소고정 효소를 모사한 신규 촉매) 등 다양한 미래기술로 연구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효율 향상 '에너지소재연구단'
KIST 에너지소재연구단은 수소 및 이차전지의 차세대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주로 세라믹과 금속 소재에 집중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세라믹 소재를 기반으로 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와 수전해 그리고 차세대 이차전지로 주목을 받고있는 전고체전지 관련 소재 및 소자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고체산화물 기반의 연료전지와 수전해는 연료전지와 수전해 기술 중에 가장 효율이 높은 차세대 기술로 알려져 있다. 연구단은 주로 산소이온 또는 프로톤 전도성 세라믹을 이용한 연료전지와 수전해 기술개발에 집중하여 차세대 연료전지 및 수전해의 원천기술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모든 구성요소가 고체로 이루어져서 화재위험이 근본적으로 없는 전고체전지의 소재도 개발하고 있는데, 연구단은 주로 이온전도도가 높고 안정성도 높은 전해질 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고, 전고체전지의 전극과 셀 등을 개발하고 있는 에너지저장연구단과 긴밀하게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단에서는 금속기반 소재에 대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는데, 주로 수소를 금속수소화물로 저장해 기존 기체 압축방식 저장시스템 대비 수소의 폭발 위험성을 크게 낮춘 고체수소저장소재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자원부의 지원으로 ㈜일진복합소재, ㈜한온시스템, ㈜EG, ㈜현대자동차,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및 전북대와 함께 금속수소화물 소재를 이용한 고체수소저장시스템을 개발했다.
개발된 금속수소화물 소재는 수소부피저장밀도에 있어 향후 버스, 트럭, 열차 및 선박과 같은 대용 운송장비와 발전용 연료전지, 에너지저장시스템 및 수소충전소와 같은 정치형 수소저장 용도로도 활용이 가능한 소재다. 현재 ㈜현대자동차에서 제공한 자동차용 수소연료전지와 연계하여 개발된 고체수소저장시스템에 대한 성능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친환경/고효율 에너지 저장·변화 우리에게 맡겨라 '에너지저장연구단'
'에너지저장연구단'은 전기화학 응용기술을 기반으로, 기후변화대응 및 에너지 효율화를 이룰 수 있는 친환경/고효율 에너지 저장과 변환 기술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상용화된 이차전지 '리튬이온전지'는 우수한 성능으로 다양하게 활용되지만, 원재료인 리튬 및 코발트 등 수급이 어렵고 너무 덥거나 추우면 성능이 급격히 나빠지기 때문에 리튬을 대체할 이차전지의 개발은 미래형 에너지전환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술 중 하나이다. 연구단은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대용량화가 가능한 차세대 이차전지 및 에너지 저장장치의 소재 및 셀 기술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연구단은 리튬을 저자의 나트륨으로 대체하여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나트륨전지, 1가인 리튬을 다가금속이온으로 대체하여 고에너지밀도를 가질 수 있는 다가이온전지, 그리고 앞서 설명한 구성요소가 고체이기 때문에 화재의 염려가 없은 전고체전지 등의 소재 및 셀 관련 기술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연구단의 소속연구원들은 최근 많은 성과를 발표하였는데, 이중 소금, 즉 염화나트륨을 특별한 전기화학적 공정을 통해 전극 소재에 적합한 구조로 만들어 이차전지의 전극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인 바 있다.
또한 연구단은 최근 리튬금속전지를 이차전지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여, 리튬이온전지의 에너지 밀도를 2배 이상 높이면서 1200회 충·방전에도 80% 이상 성능이 유지되는 리튬금속-이온전지를 개발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러한 차세대 기술은 전기차, 대용량저장치 등에 응용되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저감 및 산업 고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